9톤짜리 티라노사우루스도 병가가 필요했다: 6,600만 년 전 부러진 갈비뼈에서 발견된 치유 혈관망
대중문화 속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바주카포를 맞아도 포효하며 군용 지프차를 씹어 삼키는 불멸의 파괴신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하지만 6,600만 년 전 백악기 후기, 지구상에 살았던 가장 거대한 포식자는 진흙탕에 웅크려 부러진 갈비뼈의 욱신거리는 통증을 견디며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에서 발견된 스코티(Scotty, 표본 번호 RSM P2523.8)입니다. 추정 체중만 8,870kg(약 9톤)에 달하는 스코티는 공식적으로 인류가 발굴한 티라노사우루스 중 가장 크고 무거운 개체입니다. 스코티의 삶은 그야말로 상처투성이였습니다. 턱에는 동족에게 물린 자국이, 꼬리뼈에는 골절의 흔적이, 그리고 가슴에는 부러진 갈비뼈가 남아있었습니다.
🦴 입자 가속기로 읽어낸 공룡의 6,600만 년 전 진료 기록부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서,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의 제릿 미첼(Jerit Mitchell) 연구원과 마우리시오 바르비(Mauricio Barbi) 물리학교수 연구팀은 수수께끼를 풀어냈습니다:
- 갈비뼈의 이상 돌기: 부러진 갈비뼈 주변에는 혹 모양의 골절 치유 조직(가골)이 자라나 있어 스코티가 뼈가 부러진 뒤에도 수개월간 살아있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절단은 절대 불가: 귀중한 국보급 화석을 톱으로 잘라 현미경에 넣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 입자 가속기의 투입: 연구팀은 캐나다 방사광가속기(CLS)의 초정밀 X선 단층 촬영과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의 중성자 이미징 기술을 동원했습니다.
- 고생물학의 로또: 돌처럼 굳은 화석 뼈 깊은 곳에서 완벽하게 보존된 미세 3D 광물화 혈관 네트워크가 생생하게 드러났습니다.
동물의 뼈가 부러지면 체내에서는 즉시 응급 복구 작업이 시작됩니다. 혈관이 손상 부위로 폭발적으로 뻗어 나가 칼슘과 콜라겐, 조골세포를 쏟아부으며 부러진 뼈를 용접하려 합니다. 스코티의 몸 안에서도 이 응급 복구반이 활발히 뼈를 붙이고 있던 도중, 수개월 후 마침내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혈관 같은 연조직은 박테리아에 의해 며칠 만에 부패해 화석으로 남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스코티의 찢어진 혈관에서 흘러나온 철분이 고대 늪지의 무산소·고염분 점토와 절묘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썩기 전에 혈관 자체를 돌로 치환해 화석화시킨 행운이 따랐습니다.
🦖 백악기 응급 외상 진료 일지
이 진료 기록이 알려주는 백악기의 가혹한 현실:
- 백악기엔 병가가 없다: 9톤짜리 몸으로 갈비뼈를 다친 채 날카로운 뿔을 가진 트리케라톱스를 사냥하며 수개월을 버텨냈습니다.
- 앞발이 너무 짧아 찜질 불가: 사람 청소년 팔보다 짧은 앞발로는 가슴의 환부에 손이 닿지 않아 얼음찜질조차 해볼 수 없었습니다.
- 화석 의학의 새 지평: 입자 빔 덕분에 귀중한 공룡 뼈를 1밀리미터도 훼손하지 않고 연조직을 들여다보는 고생물 법의학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러니 다음번에 자고 일어나 허리가 뻐근하거나 발가락을 찧어 투덜거리고 싶어질 때면 스코티를 떠올려 보세요. 적어도 당신은 가슴에 닿지도 않는 짧은 팔을 휘저으며 늪지를 뛰어다닐 필요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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